■ 덧니
처음엔 되게 작았었는데
몰랐어 이렇게 커져버릴 줄
밀어낼 수 있을 줄 알았는데
늦었어 이미 넌 나의 일부야
미안해 자릴 채 만들기도 전에
섣불리 널 내 안에 들여서
내 안에 네가 덧나고 있어
아직 그녀가 박혀있기에
언젠가 이 아픔이 끝나는 날
너도 편안히 다릴 뻗으렴
■ 가사 소개
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덧니가 난 어린이를 보고 떠오른 노래다. 기존의 것 위에 겹친다는 ‘덧-’이라는 접두사에 꽂혔다.
■ 가사 분석
처음엔 되게 작았었는데
몰랐어 이렇게 커져버릴 줄
밀어낼 수 있을 줄 알았는데
늦었어 이미 넌 나의 일부야
▶ 벌스: 앞부분만 보면 ‘너’의 정체가 보조관념인 ‘덧니’인 것처럼 느껴진다. 이는 의도적으로 원관념의 노출을 지연시키는 미스디렉션 전략이다.
미안해 자릴 채 만들기도 전에
섣불리 널 내 안에 들여서
▶ 프리코러스: ‘너’의 정체가 인간일 수도 있다는 느낌을 준다. 점점 인간의 이야기로 변해간다.
내 안에 네가 덧나고 있어
아직 그녀가 박혀있기에
언젠가 이 아픔이 끝나는 날
너도 편안히 다릴 뻗으렴
▶ 코러스: 원관념 즉, 인간에 대한 메시지가 드러난다. 아직 예전 연인을 잊지 못한 상태에서 ‘너’를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한 미안함을 표현했다. ‘다리를 뻗다’라는 표현은 덧니가 뿌리를 굳게 내리는 것을 연상케 한다.
이 노래의 소재가 그냥 ‘이’이었다면 가사를 쓰기가 막막했을 것이다. 하지만 범위 제한 렌즈로 ‘이’의 범위를 ‘덧니’로 좁혔기에 ‘위에 덧난다. 작았다가 점점 커진다. 불편하다’ 등의 속성을 떠올릴 수 있었다.
■ 소재의 의인화
‘소재의 의인화’란 소재를 화자나 청자와 동일시하는 쓰킬로 의물법 및 다중 비유의 한 패턴이다. 이야기의 소재를 화자나 청자와 동일시하는 것은 옛 시조에도 등장하는 전통적인 기법이다.
묏버들 가려 꺾어 보내노라 님의 손에
자시는 창밖에 심어두고 보소서
밤비에 새잎 곧 나거든 나인가도 여기소서 _홍랑
■ 점진적 비유법
비유 구조는 대개 전반부(벌스)에서 보조관념에 관한 묘사를 하다가 후반부(코러스)에서 원관념에 관한 메시지를 전달한다. 이때 갑자기 전환되면 부자연스러우므로 그라데이션으로 변화시켜야 한다. 이를 ‘점진적 비유법’이다. 여기에는 2가지 방법이 있다.
첫 번째는 원관념에 보조관념에 어울리는 서술어를 접붙이는 방법이다. 다음은 수필가 서태수의 「조선낫」의 시작 부분이다. 의인법으로 조선낫(원관념)을 조선 여인(보조관념)에 비유했다.
“조선낫은 살림꾼 조선 여인의 단출한 매무새다. 날만큼이나 긴 슴베 끄트머리에 나무자루를 달랑 꽂은 모양이 마치 무명 홑적삼에 짤막한 도랑치마를 걸친 다부진 아낙네 모습이다.”
두 번째는 거꾸로 원관념을 보조관념으로 대체하고, 기존의 원관념에 어울리는 서술어를 그대로 접붙이는 방법이다. 다음은 「조선낫」의 중간 부분이다.
“그렇다고 그녀가 강철같이 억세거나 그믐달같이 싸늘한 여인은 아니다. 뜨거운 불길과 차가운 물결에 수십 번 달구어진 무쇠로 벼려낸 그녀의 눈매는 따뜻하면서 섬세하다.”
두 예문을 비교해 보면, 주어가 바뀌면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미지가 완전히 달라짐을 알 수 있다. 도식적이기는 하지만, 각 단계에 따른 그라데이션의 비율은 대략 다음과 같다.
1단계: 원관념을 보조관념에 비유함(100:0)
예) 우리 관계는 신호등의 빨간불, 파란불과 같다.
2단계: 원관념 + 보조관념 서술어 접붙이기(70:30)
예) 내가 찾으면 네가 안 보이고, 네가 찾으면 내가 안 보인다.
3단계: 보조관념 + 원관념 서술어 접붙이기(30:70)
예) 신호등의 빨간불과 파란불도 서로를 그리워할까?
4단계: 보조관념을 원관념에 비유함(0:100)
예) 신호등의 빨간불과 파란불은 우리 관계와 같다.
1단계부터 4단계까지 진행되면 어느새 원관념과 보조관념의 위치가 180도로 뒤바뀐다. 다음은 점진적 비유법으로 쓴 노래다.
■ 신호등
넌 빨간불 나는 파란불
날마다 숨바꼭질을 하지
내가 찾으면 네가 숨고
네가 찾으면 내가 숨지
해와 달도 같이 뜨는데
우리는 언제 만날까
괜찮아 비바람 불어오면
같이 켜질 때 있겠지
해와 달도 같이 뜨는데
우리는 언제 만날까
괜찮아 비바람 불어오면
같이 켜질 때 있겠지
▶ 해는 낮에 뜨고 달은 밤에 뜨지만 가끔은 동시에 뜬다. 신호등도 마찬가지다. 태풍이 불면 신호등이 고장 나서 동시에 켜질 때가 있다.
■ 눈물점
눈물이 똑 떨어지는 곳
왼쪽 눈 밑에 별이 박혔어
아무리 닦아도 지워지지 않아
내 맘 속에 박힌 너처럼
남들은 예쁘다고 타투도 한대
근데 왜 우린 항상 다퉜던 걸까
눈물점은 미인점이라는데
내가 더 예뻐지면 돌아오겠니
눈물점은 애교점이라는데
내가 더 끼부리면 돌아오겠니
▶ 아무리 잊으려 해도 잊을 수 없는 ‘너’를 아무리 닦아도 지울 수 없는 눈물점에 비유했다. 눈물점은 미인점 또는 애교점이라고도 한다. 언제든 상대방이 돌아오게 할 매력이 있음을 의미한다.
■ 「덧니」 노래 듣기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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